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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산업은 어디로 갈 것인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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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10-09 00:00 조회 3,89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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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을 알면 오타쿠가 보인다" (하)
오타쿠 산업은 어디로 갈 것인가? (9)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은 단순히 오타쿠 계층을 넘어 일반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는 일본 지식인 사회가 한 몫을 한다. 이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는 오리지널이라는 냄새가 풍기는 요소가 단 하나도 없었다. 극중의 모든 장면들은 어디선가 본 괴수 영화나 특수 촬영영화, SF영화의 한 장면과 닮아 있었고, 인류 보완계획이나 LCL용액화는 모두 과거 유명했던 <유년기의 종말>, <블러드 뮤직>같은 소설 등에서 봤던 내용이다.

이는 당시 일본 지식인 사회 안에서 유행하던 "포스트 모더니즘" 붐과 맞물려 대단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990년대의 일본 학계에는 대량 소비 사회라는 측면에서 1980년대의 일본 사회를 분석하고자 하는 흐름이 아직 강하게 남아있었고, 소비사회 분석의 대가인 쟝 보드리야르가 내놓은 저서인 <시뮬라시옹>에 등장하는 개념인 "주체 없는 모조품"은 오타쿠들이 만들어 내는 동인지 만화나 동인 애니메이션은 아주 딱 들어맞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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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붐의 한켠에는 일본 지식인, 저널리스트들의 대거 참가도 한몫한다. 당시 일본을 휩쓸던 포스트 모더니즘 붐에 에바는 딱 좋은 분석대상이었다

오타쿠에 대한 공격적 성명과 환상 파괴로 가득찬 작품의 결말

그러나 이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편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내용으로 끝나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타쿠를 위한 서비스 작품 같았던 이 작품은 막판에 오타쿠 집단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하는 내용으로 점철된 것이다.

감독은 텔레비전 판의 마지막 에피소드 두 편에서 그때까지 흥미진진하게 끌어온 줄거리를 마무리하지 않고, 낙서같은 그림과 실험 애니메이션적인 영상, 지극히 우울한 주인공의 모놀로그로 가득 채우고는, 막판엔 마치 자폐증 환자를 치료하는 사이코 드라마와 같은 내용으로 애니메이션을 끝내버린다.

에반게리온에 열광하고, 수만페이지에 달하는 분석기사와 설정의 정리문서를 만들고, 주인공 레이와 아스카의 섹시한 플라스틱 인형에 열광하며, 애매모호한 애니의 결말에 찬반 양론 격론을 벌이던 오타쿠들은 자신의 동료로 알았던 감독-안노 히데아키의 이런 행동에 아연실색하고, "죽여 버리겠다"든지 "배신자!!"라는 원색적인 언어로 감독에 폭언을 퍼붓는다.

반면, 이러한 감독의 태도는 비평가와 영화 평론가, 저널리스트 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내게 하여 에반게리온은 그 이름 그대로 신화가 되면서 1990년대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걸작이 된다.

결국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다. "만국의 오타쿠여! 정신차리고 방 구석에서 나가서 현실의 여자와 사귀어라!!"라는 외침이다. 작품 안에서 주인공이 보여주는 태도와 같이, 사회 안에서 어쩌면 당연하달수 있는 남과의 관계에서 얻어지는 상처를 두려워하기만 하고, 그 대체물로서 오타쿠적 상품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오타쿠 커뮤니티에 참가만하는 걸로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것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더해서 자신과 같은 오타쿠들이 객관적으로 보면 얼마나 꼴사나운 존재인지를, 오타쿠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생생하게 보여준 것이다.

결국 이 철저한 오타쿠 애니메이션 조차도 "이대로는 안될거 같은" 불안감을 절절히 느끼고 이런 불안감에 대한 대안으로 가짜 대체물로 위선을 떨기보다는 그 위선을 그만두자고 이야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오타쿠 자신의 손으로 인한 이런 강렬한 비판과 분위기에 오타쿠들은 과연 현실로 돌아갔을까? 그게 그렇지가 않았다. 오타쿠들은 이 오타쿠 사회에 대한 안티 테제마저도 자신들의 가상공간과 커뮤니티를 위해서 재생시키는 강력한 소화력을 보여준 것이다.


출  처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충남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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