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철쭉을 좋아해~” 색색깔의 한복을 차려입고 얼굴엔 꽃모양 종이를 붙이고 나온 학생들이 연극 중간에 등장해 광고송에 맞춰 노래하고 춤을 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들은 사라지고 배우들의 연기가 계속됐다. 그러나 관객들과 그 작품의 원작자는 배꼽이 빠지도록 웃어 버리고 말았다.
서울 숭의여고의 9월은 축제 열기로 뜨거웠다. 특히 독서토론부가 마련한 ‘작가와의 만남’은 시작 10분전부터 몰려온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올해 초청 작가?<징소리>, <철쭉제>의 문순태 작가. 매년 저명한 작가들을 초청하는 독서토론부는 축제때마다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독서토론부인 숭의여고 2학년 김연수 학생을 만나 이번 "작가와의 만남"시간의 준비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김연수 학생과의 일문일답.
왜 문순태 작가로 정하셨습니까? 모실 작가님을 정하는데 많은 의견이 나왔어요. 학생들의 취향이 다양한 만큼 의견수렴 과정이 복잡했지만,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나오는 <철쭉제>를 통해 우리들에게 친숙한 문순태 작가님을 최종적으로 모시게 됐습니다.
섭외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졌습니까? 섭외는 정말 힘들었어요. 문순태 작가님을 비롯한 여러 작가님들을 모시고 싶었지만, 작가님들의 사정 때문에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하셨습니다. 섭외는 일단 작가님께 먼저 전화로 연락을 드리고 편지를 써서 보내고 해서 허락을 받았어요. 참석하신다고 승낙해주신 후에도 혹여 마음을 바꾸실까, 꾸준한 연락을 했습니다.
연극 작품은 왜 <철쭉제>로 골랐고 어떻게 준비했나요? 또 연극이 조금 희극적이었는데 원작자 앞에서 보여드리는 것에 부담을 느끼진 않았습니까? 문학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친숙한 작품이라 <철쭉제>를 선택했어요. 여름방학때부터 늦게까지 남아가며 연습했고 코믹한 대사들도 연습하면서 부원들과 함께 만들어냈습니다. 먼 길 오시는 작가님께 완벽한 작품 연기를 보여드리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연기한 학생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작가님은 최선을 다한 우리의 노력을 보실 거라 생각했어요.
작가님께 드린 질문을 무엇을 중심으로 선별했습니까? 아무래도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뽑아서 물어봤습니다. 친구들을 통해 작가님께 여쭙고 싶은 질문을 모으고 좀더 세련된 언어로 다듬는 일은 꽤 힘들었어요. 그래도 혼자만의 의견은 모두의 궁금증을 대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열심히 했습니다. 또 질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할 수 있는 답변을 듣는 거라고 생각해서 작가님의 유년기나 고등학교 시절, 혹은 소설가라는 길을 택하게 된 계기를 중심으로 물어봤죠.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한창 바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보다 경험많은 인생선배의 삶을 듣는 것일테니까요.
작가님께서 끝나고 따로 해주신 말씀이나 행동이 있으셨나요? 끝나고 따로 해주신 말씀은 없었어요. 작가님께 가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말씀을 드렸더니 웃으시면서 고개를 끄덕여주시더라구요. 정말 감동했어요.
작가님을 직접 만나뵈니 어떠셨는지, 작가님의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무엇인가요? 너무나 뛰어난 작가님의 말솜씨에 놀랐었어요. 글로 표현하시는데도 뛰어난 능력을 가지셨지만 말로 그 이야기를 전하는 능력 또한 정말 대단한 분이시구나 하는 생각에 인터뷰 도중에도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인터뷰 과정에서 마이크가 나오지 않는 사고가 있었는데, 아무일도 없다는 듯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한번 더 놀랐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작가란 몸의 온도가 1도 높은 사람”이라는 말이예요.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멋진 말이었어요.
내년엔 어떤 작가를 초청하실 건가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부원들 모두의 의견을 모아 내년에 결정할 생각이예요.
성공적으로 프로그램을 마치고 작가님과 악수를 나누는 독서토론부 학생들의 늠름한 뒷모습. 비슷한 꿈을 가진 부원들끼리 모여 그동안 태운 그들의 정열과 노력이 작가님의 환한 미소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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