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드는 ‘빅토르 최’, 러시아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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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04-18 00:00 조회 4,884회본문
[가자, 스타프로젝트 5] 에이콤 인터내셔널의 ‘태양이라 불리는 별’ <홍지연 기자(news@kocca.or.kr)>
“고려인이라는 특수성에도 끌렸지만 구 소련 전체를 열광하게 한 그의 삶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빅토르 최의 록을 통한 자유정신을 그대로 담아내 지금 뿐 아니라 후세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뮤지컬을 만들고 싶습니다.”
뮤지컬 <태양이라 불리는 별>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널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한인 3세 빅토르 최의 삶이 뮤지컬로 제작돼 러시아에서 막을 올린다.
1980년대 구 소련에 불어닥친 "자유의 물결" 속에 그 어느 스타보다도 뜨겁게 사랑받으며 한시대를 풍미했던 록스타이며, 불운한 죽음 이후엔 그의 국적을 차지하기 위해 주변국들이 다퉜던 인물. 당시 러시아에 있어 이 요절해버린 젊은 록커의 죽음은 비탄이며, 동시에 동경이었다.
빅토르 최의 마지막 앨범명과 같은 <태양이라 불리는 별>은 그를 소재로 한 최초의 뮤지컬이다. “그를 영웅으로 떠받들던 러시아인들조차 뮤지컬로 만들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놀라워한다”고 윤 대표는 덧붙였다.
"러시아인들을 타깃으로 하는 뮤지컬?" 다소 ‘갑작스런’ 이 시도는 그러나, 충분한 진단 끝에 내려진 결정이다. 러시아는 곧 뮤지컬 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윤 대표는 설명했다.
평소 영화보다도 연극을 많이 보는 러시아 관객들은 곧 뮤지컬에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며, 그 거대한 시장 개척에 그들이 진정 가슴 깊이 이해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작품이 필요하다는 것. 오랜 전통 속에 연극문화에 길들여진 거대한 러시아 시장은 세계 뮤지컬 제작사들 또한 탐낼 만하다는 전망이다.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널 대표.
“처음부터 그들에게 생소한 <명성황후> 등을 들고 가기 보다는 그들의 정서에 맞춘 작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한편으론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러기 위해선 ‘빅토르 최’가 적당하다고 여긴 겁니다.”
그리고 그 소재로서 빅토르 최만한 인물이 없었다. 세상을 떠난 지 16년이 지났건만 러시아 전역에 퍼진 빅토르 최의 영향력은 가히 엄청나다고. 그의 유해가 묻힌 "통곡의 벽" 등을 비롯한 러시?곳곳을 둘러보며 윤 대표는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오히려 “어설프게 만들었다간 (팬들이) 들고 일어설지 모른다” 여길 정도라고.
새 뮤지컬은 대본부터 음악까지 모두 러시아인들의 손에 맡겨져 있다. 연출은 러시아 내에서 음악극으로 잘 알려진 드미트리 벨로프가 맡게 되고, 배우들 또한 정예의 러시아인들로 투입될 예정이다. 뮤지컬의 생명인 음악에는 고인의 곡이 10곡 정도 사용될 계획이다.
윤 대표는 "브로드웨이식 스펙터클과 러시아 연극의 연극적 상상력이 더해진 고급스런 작품이 탄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러시아 현지 배급 또한 러시아 내 영향력이 큰 프로듀서의 힘을 빌어 진행될 예정이다. <노트르담의 꼽추>, <로미오와 줄리엣>을 제작한 바인스타인 사단과 현재 접촉중이다.
과정은 다소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현지 법인을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 대본, 연출, 모든 섭외들에서 조율해야 하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윤 대표는 오랜 경험을 통해 여유롭게 만들어가는 것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음악적 구조, 안무, 무대까지 공연예술의 총아인 뮤지컬에 조바심이란 금물이기 때문이다. 더디지만 완전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명성황후>가 완성될 때에도 4년이 걸리지 않았던가. ‘웰메이드’가 갖는 힘에 대해 윤 대표는 자신한다.
▲뮤지컬에는 빅토르 최의 히트곡 10곡이 사용될 예정이다.
“뮤지컬은 영화와는 다르죠. 하나를 잘 만들어놓으면 몇십 년의 생명력을 갖죠. 하다못해 매년 빅토르 최의 추모공연으로 러시아 지역에서만 올려져도 꽤 롱런하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오페라의 유령>을 보십시오. 세계 곳곳에서 20년간 로열티를 거둬들이고 있죠. 저희도 그렇게 만들 겁니다.”
에이콤으로서도 분명 색다른 시도였다. 아니, 국내 뮤지컬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의 스타프로젝트 심사에서도 이 이색적인 시도는 기대와 호평을 동시에 받았다. 성공한다면 분명 국내 공연계의 해외 진출의 "새 모범 사례"가 될 듯하다.
에이콤의 새로운 시도와, 러시아라는 매력적인 미래시장에 반한 하나은행은 <태양이라 불리는 별>을 위해 "뮤지컬 2호 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VIP 고객을 대상으로 11억 원의 펀드가 조성됐다. 뮤지컬 펀드로는 지난 2004년 출시된 뮤지컬 <아이다>에 이은 두 온?경우다.
“<명성황후>가 브로드웨이에 갈 때도 ‘미쳤냐’는 소리 좀 들었죠. 하지만 결국 해냈습니다. 실패든 성공이든 두려워하지 않는 게 중요하죠. 장보고가 해상을 지배했듯이 우리도 작은 땅덩이에서 벗어나 러시아, 일본 중국 등과 파이를 키워 브로드웨이, 런던,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 수 있습니다. 뭔가 저질러졌을 때 또 뭔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뮤지컬 <태양이라 불리는 별>은 올해 10월에서 내년 초 사이 러시아 현지에서 막을 올리고, 이후 국내에서도 상연될 예정이다.<끝>
그를 아는 누구나 그를 그리워한다
‘구소련의 영웅’, 빅토르 최는 누구?
빅토르 최(Victor Choi). 우리의 피가 흐르는 까레이스키 한인 3세로, ‘구소련의 마지막 영웅’이라 불릴 만큼 영향력이 컸던 록가수이자, 영화배우다.
빅토르 최는 1962년 6월 21일 한국인 2세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 태생의 러시아인 사이에 출생해 5살 때 레닌그라드, 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주해 살았다.
그림에 천부적 재능을 보인 빅토르는 세로브 미술학교에 입학, 교내에서 ‘팔라타 세스토이(제6병동)’라는 그룹을 결성했으나 반국가적인 노래를 부른다는 이유로 퇴교당하고 이후 시립 제61기술전문학교에서 목각을 전공하며 1982년 ‘키노(영화)’라는 록그룹을 결성, <혈액형>이라는 노래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기에 이른다.
빅토르는 펑크록 스타일에 러시아 특유의 우울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 저항적이며, 자유를 희구하는 노래를 불러 구 소비에트 전역의 젊은이들로부터 상상을 초월할 만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정신적 지주의 반열에까지 오른다.
록가수로서의 성공에 이어 <이글라>라는 영화에도 출연해 1989년 당시 1,500만 명이라는 관객을 동원, 그해 오데샤에서 열린 황금의 주크영화제에서 최우수 배우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 의문의 교통사고로 요절, 그의 죽음에 소비에트 전역에서 5명의 여자가 잇따라 자살했으며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카잔, 키예프, 알마아타, 타슈겐트 등지에서 생겨났다. 모스크바 예술의 거리인 아르바트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의 벽이 건립됐고, 1993년에는 모스크바 콘체르토 자르 앞 스타광장의 명예가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또한 그의 갑작스런 사망을 둘러싸고 많은 사람들이 KGB의 강경파 세력의 소행으로 의심할 만큼 그의 러시아에서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사망 후에 그의 국적 문제로 다투기도 했다.
우수에 젖은 검은 눈동자로 그 어느 것에도 구속받지 않는 ‘완전한 자유’를 소망했던 빅토르 최. 그의 몸은 지상을 떠났지만 아직 그의 정신은 소비에트 전역에 퍼져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 속에 살아숨쉬고 있다. 그것이 아르바트 2번지 추모의 벽에 아직도 그의 노래 <끄루빠끄로위(혈액형)>이 울려 퍼지고, 그의 무덤 앞에 단 하루도 싱싱한 꽃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2006-4-1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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