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아트홀 재즈가 기다리는 곳..‘1000원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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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12-22 00:00 조회 3,787회본문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 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함민복 시 "긍정적인 밥" 중에서)
■광화문에서 배를 타다
요즘 같은 세상에선 대수롭지도 않다. "뭐 그 정도는"하고 호기를 부릴 것조차 없다. 슬금슬금 물가가 올라 굵은 단무지로 속 채운 그 흔한 김밥 한 줄도 못 먹는다. 그게 1000원이다. 이게 어떤 사람들에겐 다르다. 추운 겨울밤 언 손을 녹여가며 폐지를 한 수레는 모아야 만질 수 있다. 모양은 같지만 와닿는 가치가 다르다.
그런 1000원짜리 한 장을 내고 "배"를 탔다. 지난 13일 저녁 7시반. 배 이름은 "티미르호"다. 배는 서울에서도 복잡한 광화문 한가운데서 출발한다. 서울 광화문 KT사옥 1층에 있는 "KT아트홀"이다. 이곳에선 매일 저녁 "재즈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날은 서정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아마추어 어쿠스틱밴드 "티미르호" 공연 날이다.
1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모였다. 무대 쪽 아래가 휜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푹신한 뒷자리는 젊은 연인들이 일찌감치 차고 앉았다. 데이트 나온 연인들, 수능에서 해방된 고3 학생, 방학한 대학생, 아이들 손잡고 모처럼 시간을 낸 아버지, 손자 손 꼭잡고 온 60대 멋쟁이 할머니, 임신한 아내와 함께 온 예비아빠, 조용히 한쪽에 자리잡은 솔로들. 어림잡아 100여명은 넘어보인다. 오늘 타고 여행을 떠날 "배"는 크지 않다. 해봐야 중학교 강당만한 크기다.
"큰 돈 들이는 여행은 아니지만 1000원으로 여행을 하는거죠. 위안이나 휴식 같은 느낌으로 여행을 했으면 좋겠어요." 티미르호 "선장" 김재훈씨의 말이다. 스물다섯살 음대 휴학생이란다. 그는 피아노를 치는데 작곡가다. 배 이름으로 지은 "티미르호"도 그가 음대 친구들과 모여 지난 2006년에 결성했다.

■세상의 걱정을 내려놓다
‘비 오는 날 서울’을 떠나 네팔의 히말라야 아래 호수도시 ‘포카라’로 떠난다. 잠시 후 유럽 변두리 집시들의 ‘탱고’ 춤을 보고 우리나라 남도 어느 작은 섬을 돌아 ‘귀향’하는 일정이다.(‘비오는 날 서울’ ‘포카라’ 등은 곡명).
저녁 7시 반. 출항이다. 은은한 피아노 선율을 타고 초등학교 때 한 번씩은 “픽픽” 소리를 내며 불어봤던 리코드 소리가 편안하다. 떨리는 듯 강렬한 바이올린, 부드러운 클래식기타, 드럼의 함성이 조화롭다. 철 모르는 어릴 적 소나기를 맞고 좋아하던 그때로 돌아간 듯 하다. 연주하는 모습도 편하다. 화려한 옷도 아니고 그냥 수수한 옷차림들이다. 그래서 더 편하다.
어느새 고단한 마음이 눈녹듯 스르르∼ 녹아내린다. 예비 아빠는 만삭의 배부른 아내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젊은 청년은 눈을 지긋이 감았다. 앞에 앉은 연인들은 눈빛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속삭인다.
“오늘 날씨가 건조해서 리코드 부는데 삑사리(음이 엇나가는 것을 표현한 속어) 날 줄 알았어요. 그래도 (리코드 연주자가) 잘 넘어갔네요.” 김선장의 말에 관객들은 한바탕 웃었다.
■함께 여행한 사람들
공연 전에 만난 ‘김 선장’은 “제 외모가 피아노랑 안 어울리죠”하며 악수를 청했다. 실제로 그랬다.
“오늘이 KT아트홀에서 하는 스물여덟번째 공연이네요. 그동안 KT 덕을 많이 본거죠. 이렇게 편안하게 공연할 곳이 서울 광화문에 있는 것만도 좋지요. 또 여기서 생긴 수익금으로 소외된 이웃을 돕는다는 게 공연하는 저로선 더 없이 행복한 일이죠.” 아마추어밴드 티미르호는 싸이월드에 팬클럽도 생겼는데 이곳에서 공연한 게 계기가 됐다.
“몇 만원씩 내고 공연을 보면 관객들은 ‘너네들 얼마나 잘하나 보자’며 기대가 크죠. 그런데 여긴 관람료가 1000원으로 부담이 없으니 보는 사람들 표정도 참 편안해요. 그렇지만 1000원 가치 이상의 연주를 들려드려야죠.”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김 선장 옆에 있던 위지원씨(22)(리코드 연주)가 말을 꺼냈다.
“올해 봄 공연 때였어요.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어린 꼬마와 어머니가 저희 공연을 보러 왔어요. 우리 공연을 보고나서 ‘다음에 또 오자’하는 얘기를 했다고 해요. 뒷자리에 앉아있던 제 친구가 그런 말을 저한테 해줬어요. 이곳에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있어 좋아요.”
‘티미르호 여행’을 함께 한 이혜경씨(30·인천)는 “공연을 보러 왔다기 보다 길 가다가 쉬어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얼마 전 수능시험을 봤다는 고3 학생 박사영양(19)은 “용돈이 늘 부족한 저 같은 학생들에겐 이런 공연이 있다는 게 정말 좋다”고 했다.
일곱 살, 초등학교 1학년, 5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온 신동창씨(42·대동세무고 교사)는 KT아트홀에 온 게 처음이라고 했다. “연말연시 분위기도 즐기고 입장료도 저렴하고 해서 가족과 같이 왔다”며 “내년에 또 와야겠다”고 좋아했다. 아내인 장현영씨(42)는 “아이들에게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음악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짧은 여행이 아쉬웠을까. 돌아가지 않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대학생 정용주씨(22·의정부)는 여자친구와 같이 이곳에 왔다. 여자친구는 경기 일산에 사는데 광화문이 중간이란다. 그는 “큰 공연장은 엄숙하고 짓눌리는 느낌이 있는데 이곳에선 마음 편하게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자주 오겠다고 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가지 않고 앉아 뒷여운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만큼 좋다는 뜻 아니겠어요. 요즘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