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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밑 조선유적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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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11-27 00:00 조회 3,29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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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2010년까지 옛 동대문운동장터에 추진 중인 디자인플라자 건립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문화재 학계에서 커지고 있다. 발굴기관인 중원문화재연구원이 지난 5월부터 1만여평의 운동장터에서 실시한 문화재 조사 결과, 성벽 흔적 정도만 남았을 것이라는 애초 추정과 달리 운동장터 땅속이 ‘놀라운 타임 캡슐’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터에서 조선 전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옛 서울의 도시 얼개가 놀랄 만큼 다채롭고 양호한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서울 도심에서 가장 크고 생생한 도시 생활사 유적의 상당 부분을 훼손할 것이 분명한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플라자 설계 콘셉트나 축선을 대폭 수정하거나, 아예 백지화하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중구 신당동 쪽에서 운동장터 발굴 현장을 조망하면 절로 찬탄이 나오는 풍경이 펼쳐진다. 청계천 물길 위에 만든 높이 4m를 넘는 두 칸 수문이 멀리 보이고, 길이 200m에 육박하며 수문에 연결된 조선 전기~후기의 한양 성벽 기단부 돌벽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저지대 방어 취약지라는 것을 고려해 성벽을 삐죽이 나오게 한 치성 시설도 그 사이에 있다.

성벽 안으로는 조선의 수도방위사령부였던 훈련도감의 하도감 관아터, 경비병들의 무기고와 주거 시설, 일제시대 공원 산책로터 등이 보인다. 사방 300여m 지역에 도시사 야외 박물관처럼 펼쳐진 이 유적들은 지난 5월부터 불과 여섯 달 사이에 나온 것이다. 하디드의 건축안은 사적으로 지정될 성벽터 주위를 제외한 나머지 유적들 위에 올려진다. 지난 9월11일 운동장터 성벽의 북쪽 끝에서 발견된 웅장한 규모의 아치형 두 칸 수문과 물길 흔적이 공개되자 학계와 문화재 시민단체 등은 △유적 중심 공원으로의 성격 전환 △디자인 공원안 설계 전면 변경 등의 강경론을 내놓기 시작했다. 성벽 주위 보존만을 전제로 하디드 설계안을 밀어붙였던 서울시 쪽은 서울시청사 기습철거 때처럼 문화재 학계와의 대립 구도가 재연될까봐 고심하는 눈치다.

한양성벽-청계천 수문-산책로까지
조선전기~20세기초 생활유적 생생

가장 민감한 쟁점은 성벽 안의 군사시설 하도감과 군영터 유적의 보존 여부다. 그동안의 발굴 결과 운동장터의 동남단 하도감터에서는 조선 후기와 구한말의 시설인 연못지, 화약, 무기류 등을 만들던 공방지, 관아지, 배수로 등의 흔적이 드러났고, 지금도 중기·전기?해당하는 유적들이 잇따라 발굴되고 있다. 서울시 쪽은 유적 일부만을 디자인플라자 시설 아래에 유리판을 치고 보존 전시하거나, 몇몇 터를 떠서 다른 공간에 전시하는 대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규상 서울시 디자인플라자 파크 담당관은 “설계 변경 요구는 처음 듣는다. 유적 자체도 공원 사업 과정에서 나온 결과인 만큼 입장을 잘 조율한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문화재 학계에선 유적 보존 상태가 양호한데다 고종이 갑신정변 때 피난했던 하도감 등의 역사적 상징성이 커 적극적인 보존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한영우 문화재위 사적 분과 위원장은 “성곽만 의식했다가 다른 유적들이 나오니 서울시 쪽이 당황해하는 것 같다”며 “시는 많은 고민을 하고 대안을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문화재위원회는 27·28일 매장문화재 분과, 사적분과 회의를 열어 드러난 성벽, 이간수문의 보존 방안부터 협의할 예정이다. 사적이 될 성벽 보존 원칙에는 서울시도 동의한 상태다. 정작, 허물어진 성벽과 수문 윗부분을 얼마나 복원하느냐를 놓고 위원회 내부의 견해가 엇갈린다. 고고학자 중심인 매장분과는 가급적 손대지 말고 최대한 현 상태로 보존하자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역사학자들 중심의 사적분과는 안전 관리나 교육 측면을 고려해 위쪽의 여장(담장)을 상당 부분 복원해야 한다는 견해를 주로 보이고 있다.


기사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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