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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최근 ‘호황’은 현실에 눈감은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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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12-05 00:00 조회 3,43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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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허무주의·저항없는 웃음
현실 회피로 대중 호응 얻어”


출판계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문학 쪽 책들은 서점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특히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개밥바라기별>(황석영) <당신의 조각들>(타블로) <완득이>(김려령) 같은 국내 소설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출판의 본령이자 문화의 기초라 할 문학, 특히 국내 소설의 ‘부활’은 분명 반가운 노릇이다. 그러나 한국 소설의 약진이 마냥 긍정적이기만 한 것일까. 거기에 혹시 모종의 함정과 맹점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산에서 나오는 비평 전문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이 최근 한국 소설의 ‘성공’에 딴죽을 걸고 나섰다. 최근 발행된 이 잡지 겨울호는 ‘한국 소설의 대중적 코드와 탈정치학’이라는 이름의 특집을 마련해 한국 소설의 대중적 성공이 현실의 모순에 눈감은 대가로 얻어진 것임을 고발했다.

먼저, 이 잡지의 편집동인인 박대현(인제대 강사)씨는 ‘역사의 모르그에서 역사의 빈소로’라는 글에서 2000년대 들어 유행하고 있는 역사소설이 역설적으로 역사를 ‘살해’하는 양상을 비판적으로 해부했다. 모르그란 변사체의 신원 확인을 위해 설치한 시체 전시장인데,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에서는 신원 확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검을 구경하기 위한 공간으로서 모르그가 크게 유행했다. 박씨는 2000년대 한국 문단의 역사소설 바람이 김훈으로 대표되는 ‘역사 허무주의’의 자장 아래 있다고 본다. 작가들 사이에 역사물이 범람하고 있음에도 그것이 현실의 고통을 직시하고 그와 대결하는 대신 현실을 회피하는 방도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구체적으로 박씨는 한승원의 <추사>와 <다산>에서 그려지는 주인공들의 죽음 장면을 지적한다. 두 소설의 주인공은 평생에 걸쳐 현실의 문제점과 싸워 왔으며 그 문제점은 그들이 죽는 순간까지도 없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죽음의 순간에 그들은 “자기구원의 경지”에 오르게 되는데, 그 바람에 “현실개혁의 의지는 자기구원 속에 사장되고 말며, 초월의 빛 속에서 소실되고 만다.” 이런 나쁜 의미의 ‘정신주의’ 또는 ‘반역사적 추상화’는 권지예의 <붉은 비단보>에서도 보인다고 그는 지적한다. 김별아의 <백범>과 김선우의 <나는 춤이다>는 “익히 알려진 백범과 최승컥?삶을 서사적으로 재구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심윤경의 <서라벌 사람들>은 “대중문화적 코드에 오염됨으로써 발칙한 상상력을 넘어서는 서사적 충격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각각 받았다.

정은경(원광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씨는 ‘저항 혹은 투항의 책략으로서의 웃음’이라는 글에서 특히 이기호와 박형서의 ‘웃기는’ 단편소설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이들의 웃음은 ‘현실’과 거의 무관”하며 “차라리 악의 없는 재담과 말장난, 익살과 골계에 가깝다.” 그러나 “한국 문학의 ‘웃음’이 거대한 문화산업의 오락과 경쟁한다면 그 결과는 분명 패배일 뿐만 아니라, 자본 시장에 문학예술의 몸을 내어주는 매춘”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완득이>로 대표되는 청소년문학 작품들을 검토한 정혜경(순천향대 국제어문학부 교수)씨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서사의 반복 △청소년기를 신비화하는 감상주의 △성장과 화해로운 세계에 대한 강박과 같은 공통적 특징들이 “청소년문학의 상투화를 재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역시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동인인 권유리야(부경대 강사)씨는 북콘서트, 작가와 함께하는 문학기행, 사인회, 강연회, 방송 출연처럼 요즘 유행하고 있는 문학 이벤트가 다수 대중의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문학 고유의 특성을 잃어버린 채 출판자본과 문화산업의 이해에만 복무하고 있는 상황을 까발린다. 그는 특히 갈수록 늘고 있는 문화 이벤트에서 “작품과 작가를 향한 예찬만이 허용”될 뿐 “비평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현실을 개탄했다. <오늘의 문예비평>의 특집이 모처럼 웃음을 되찾은 한국 소설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은 아닐 터이다. 네 비평가의 지적을, 문학과 현실 사이의 건강한 긴장과 그를 통한 발전을 바라는 진정 어린 고언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기사출처 : 언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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