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화원> 종영…드라마는 ‘미풍’, 신윤복은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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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12-09 00:00 조회 3,881회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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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윤복 역으로 열연을 펼친 문근영. ⓒ SBS <바람의 화원> |
4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SBS <바람의 화원>은 과연 어떤 작품으로 대중들의 기억 속에 남을까.
이정명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최근 유행하는 대중문화계의 ‘팩션’ 열풍을 타고 등장해, 역사 속에서 화려한 작품들만을 남기고 잊혀져있던 인물이던 ‘신윤복’이라는 키워드를 재조명하는데 성공했다. 드라마는 신윤복이 남장여자라는 파격적인 가정 하에 다채로운 역사적 미스터리와 상상력, 한국화의 아름다움이 물씬 묻어나는 영상미를 결합시켜, ‘한국형 팩션 사극’ 장르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세계로 대표되는 한국화의 세계와 조선시대 미술사에 대한 문화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이 드라마의 최대 의의라 할하다. 드라마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미인도>가 역시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신윤복’은 올 하반기 대중문화의 최대 키워드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출판계에서 이정명 작가의 원작소설이 방송과 영화의 힘을 등에 업고 다시 베스트셀러로 등장했으며, 미술계에서는 신윤복·김홍도의 작품을 비롯한 한국화 전시회들이 관객들의 문전성시로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바람의 화원>이 불러온 열풍은 그야말로 올 한 해 대중문화의 유행이던 ‘원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은, 드라마 자체로는 ‘문근영에 의한, 문근영을 위한’ 드라마이기도 했다. 10대 시절 ‘국민 여동생’ 신드롬을 일으키며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으나, 어느덧 성숙한 20대 여인으로 돌아오며 새로운 포지셔닝을 찾는데 고민하던 문근영에게 <바람의 화원>은 성인연기자로 진화할 수 있는 가교를 마련해준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사실 드라마에서 문근영은 아직 소녀의 그늘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남장여자가 되었어도 이루지 못할 사랑에 마음아파하고, 그림에의 열정으로 가슴 태우는 화원이 됐어도, 타고난 동안과 앳된 목소리는 극중 인물에서 온전히 신윤복을 보기보다는 배우 문근영의 모습이 먼저 두드러졌다. 그러나 문근영은 원작의 무게와 성인연기자로의 변신에 짓눌리지 않고 깜찍하면서도 애틋한 ‘남자와 여자, 소녀와 여인의 경계 사이에 있는’ 신윤복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해냈다. 특히 촬영 도중 코뼈 부상이라는 악재와 드라마 외적인 개인 기부활동을 둘러싼 ‘색깔 공세’ 등으로 본의 아니게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하며 연기자로서 한 단계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만을 놓고 봤을때 <바람의 화원>은 결코 걸작으로 평가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엄청난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경쟁에서 라이벌이던 MBC<베토벤 바이러스>와 KBS <바람의 나라>에 내내 밀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 세계에서 나타난 당대의 시대상, 천재 화가들의 예술혼, 사제와 연인-동성애와 이성애를 넘나드는 주인공들의 다층적 멜로 구도, 사도세자를 둘러싼 역사적 미스터리 등 수많은 테마들이 넘쳐는 과정에서 교통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는, 결국 ‘과유불급’으로 어느 하나 매끄럽게 풀어내지 못했다. 한정된 구조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이 오히려 극의 중심플롯을 산만하게 만들며 대중성과 작품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부작용으로 나타난 셈이다. 여기에 박신양이 맡은 김홍도의 극중 비중이 당초 기획이나 원작과 달리 어정쩡하게 그치면서 이야기의 방향이 흔들렸다. 여기에는 박신양과 문근영 조합의 ‘부조화’도 한몫을 담당했다. 따로 떼어놓으면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배우들이지만, 그들을 한 화면에서 묶어놓았을 때 시너지 효과보다는 오히려 두 배우가 연기가 주는 단점만이 부각됐다. 사제나 연인이라기보다는 삼촌과 조카를 보는 듯한 어색함도 그들의 연기에 몰입하기 어렵게 만든 원인이었다.
결국 <바람의 화원>은 최종회에 이르러서는 벌여놓은 이야기를 허겁지겁 마무리하기에도 호흡이 가쁜 모습을 드러내며 ‘용두사미’로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사도세자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해결되는 극적인 쾌감이나, 갑자기 사라진 조연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 엔딩 장면에서의 김홍도와 신윤복의 애절한 이별, ‘미인도’가 남긴 의미가 주는 여운 등을 천천히 곱씹을 여유도 주지 않았고 후다닥 엔딩 크레딧을 올리기도 바빴다. 드라마는 지난 2개월간 이 작품의 끝을 보기 위하여 인내심을 가지고 완주해온 팬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지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쩐의 전쟁>에 이어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 장태유 PD와 박신양은 이번에도 결말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실패했다. 어쩌면 그것이 배우들의 열연이나 좋은 원작, 혹은 영상미로도 메울 수 없는 한국 드라마의 구조적인 한계인지도 모른다.
기사출처 : 데일리안








